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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내 인생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해 줄 마지막 시도라는 간절함만큼이나 기대감이 컸습니다. 상담 시작 전에 기대감을 내려놓고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라는 말씀이 왠지 모를 안도감을 주었습니다. 그리고는 정말 호기심을 가지고 제 자신을 지켜보는 가운데 낯설고 불편한 감정들이 올라와서 당황스러운 적도 많았습니다. 그럴 때마다 잘하고 있다고 좋은 변화라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.
혼자서도 작업을 해보았지만 낯설고 불편한 느낌들을 처리하려다가 이내 지쳐버리고 포기한 적이 많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. 아직도 “어머니”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, 처음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업을 하기도 전에 제가 쓴 글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와 버린다는 것이지요. 거울처럼 저를 비춰주는 고마운 존재로까지 느껴지는 때도 있다니… 부모님을 향한 원망과 분노의 말들을 일기장에 쏟아내던 게 불과 한 두 달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.
게다가 일부러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낸지가 삼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지금은 일부러 찾지는 않더라도 찾아오는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 다니지는 않게 되었습니다. 오랜만에 연락해서 보고 싶다는 친구도 부담 없이 만나러 나가는 제 자신의 모습은 기대하지 못했던 변화 중의 변화입니다. 뒤바꾸기를 통해서 “나는 나에게……했다”라는 책임의식을 수용하게 되면서 피해의식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. 저에게는 무거운 돌덩이 같아서 피해버리고만 싶던 책임감이 이제는 자유의 또 다른 이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.
작업은 마치 보이지 않는 외과수술처럼 제 안 깊숙이 들어와서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. 수술 후 회복단계에 필요한 따뜻한 손길처럼 옆에서 저와 함께 작업을 지켜봐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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